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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지하철·편의점·화장실…'여성'이라 죽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40년 동안 남성으로 살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여성'으로 집을 나서보기로 했다. 생물학적으론 불가능하다. 여성이라면 어떨까 짐작해보는 거다. 이유는 이렇다. 가정폭력 가해자 83.8%는 남성(대검찰청, 2019년). 여성 38.6%가 평생 한 번 이상 성폭력 피해 경험(여성가족부, 2022년). 보복 범죄 91.6%가 남성(경찰청, 2017~2021년).
가는 곳마다, 여성에게 실제 일어난 사건을 찾아보기로 했다. 예컨대, 버스를 탄다면 '시내버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검색하는 식이다. 그와 관련해 벌어진 사건 기사가 떴다.
아래는 그리 다니며, 사실에 근거해 피해 여성의 주어를 '나'로 바꿔 남겨본 기록이다. 남성으로 살며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괄호 안은 실제 벌어진 사건 날짜와 장소다.
# 집에서 나왔다. 평범하게 길거리를 걸었다. 처음 보는 남성이 휴대전화로 내 다리를 부각해서 불법 촬영을 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남성. 그의 휴대전화 사진첩에선 불법 촬영물 300장이 나왔다.(2023년 5월, 서울 양천구)
# 시내버스를 탔다. 창문에 기대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보니 목덜미에 축축한 게 묻어 있었다. 누군가 흘린 침이었다. 경찰에 신고해 CCTV를 확인했다. 뒷좌석에 앉은 남성이 저지른 짓이었다. 그는 마스크를 내리더니, 몸을 숙여 내 목덜미에 침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내렸다.(2022년 8월, 서울 구로구)
# 다시 길거리를 걸었다. 처음 본 남성이 돌연 흉기를 휘둘렀다. 허벅지와 손을 다쳤다. 그는 내 가방과 휴대전화, 지갑 등을 빼앗아서 도망쳤다.(2023년 12월, 서울 구로구)
# 공원에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모르는 남성이 다가와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리고 성추행했다. CCTV를 모니터링한 관제요원 덕분에 남성은 체포됐다.(2024년 2월, 서울 금천구)
# 지하철역 앞에 도착했다. 무서운 뉴스가 생각났다. '수요일 날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일 거다'라고 살인을 예고한 글이었다. 한국 여성이라 대상이 될 수 있어 두려웠다.(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 공원에 도착했다. 콘크리트 길이 잘 나 있었다. 드문드문 사람이 다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돌연 처음 보는 30대 남성이 달려들었다. 쇠로 된 너클을 양손에 끼고 있었다. 그걸 마구 휘둘렀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소용없었다. 내 몸 위에 올라탔다. 목을 졸랐다. 의식을 잃었다. 그대로 숨을 잃었다. (2023년 8월, 서울 관악구, 가해자 최윤종, 남성)
# 지하철을 타러 들어갔다. 역사 안에서 내 몸을 불법으로 촬영하는 남성이 있었다. 이를 목격한 시민 신고로 남성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잡고 보니 2년간 불특정 다수 여성을 촬영한 사진이 500장에 달했다.(2021년 9월, 신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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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약 15건 정도 비슷한 사건, 장소 일지 목록 있음 (강남역, 신당역 사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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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를 빨리 걷던 여성이 이해됐다
책 '인셀 테러' 저자 로라 베이츠는 이리 말했다.
'전 세계에서 매일 137명의 여성이 가족 구성원에게 살해당한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세상이라는 맥락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폭력적인 여성 혐오 극단주의와 남성우월주의를 제대로 논의할 수 없다.'
"혐오는 여성이,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책을 쓴, 우에노 지즈코 작가도 쉬운 예를 들었다.
'여성 혐오적인 남자 가운데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여자를 싫어하는 게 '여성 혐오'인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많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알기 쉬운 말로 번역하면 '여성 멸시'다. 여자를 성적 도구로밖에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여자든 상관하지 않고….'
이은의 변호사도 저서 '상냥한 폭력들'에서 이리 말했다.
'폭력은 우발이 아니라 정밀하게 계산된 본능이다. 아동이 우발적으로 훈육하던 부모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여성이 남성을 우발적으로 두들겨 패기란 쉽지 않다. (중략) (강남역 살인사건 등)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와중에도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찾고, 그 존재가 완전히 도움받지 못하는 시공간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본질적으로, 이런 범죄가 사회 구조상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에서 벌어진단 것.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도 이리 말했다.
"여성 혐오 범죄는,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폭력을 가하는 거예요.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라며 여성 알바생 무차별 폭행)은 아주 좁은 의미의, 극단적 여성 혐오 범죄고요. 스토킹,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이별 폭력 모두 여성 혐오 범죄입니다. '여성은 이래야 하고, 날 거절하면 안 돼', 자기들 스스로 주류 집단으로 보는 인종차별 범죄와 아주 유사하고요."
허민숙 조사관도 덧붙여 설명했다.
"혐오라는 건, 여성들이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남성 욕구를 그대로 수용할 것, 순응할 것, 이런 걸 여성 역할이라고 보는 거예요. 젠더 질서를 위반한 자를 내가 처벌하겠다, 그게 여성 혐오 범죄의 배경입니다. 남녀가 평등한 위치라면 이렇지 않죠. 평등해지는 것에 대한 극렬한 거부 반응, 종속 관계를 유지해야 한단 것. 그러니 '젠더 불평등'이 크게, 전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사회 구조와 시스템' 문제로 바라봐야, 해법도 가능
그러니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혐오 범죄'로,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시스템 문제로 보자는 것. 그걸 계속 간과한다면 해법 마련도 어렵다고.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를 쓴 박정훈 기자는 저서에서 이리 말했다.
'남성이 여성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아도 되는 권력 구조가 존재하는 이상, 그 누구도 가해자가 되지 않는다고 절대 장담할 수 없다. 장혜영 국회의원이 던진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란 질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네이버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009489?sid=102
다음 http://v.daum.net/v/20240309083003784
신문사 http://news.mt.co.kr/mtview.php?no=2024030823245975188
기사 최소한만 긁어오려고 애썼는데 공감되는 인용문구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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